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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 (한글판)


좁은 문 ? 앙드레 지드나는 기독교인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 교회에서 주입하는 내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누구보다 열심히 성경과 기독교 신앙을 공부했고 청교도적인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했다는 면에서 한편으로는 기독교에 대하여 겉핥기식 이해를 가지고 신앙을 거부하거나 교회를 비판하려는 사람들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날로 창궐해가는 이 시기에, 한국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교회가 매주 언론을 장식하고, 그점은 미국도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엊그제 뉴스에 예배를 강행하는 미국 교회를 다룬 보도에서 어떤 교인이 인터뷰에서 “예수님의 보혈이 나를 지켜주시기에 나는 두려움이 없다“고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비기독교인이 보기에는 또 저런다, 미쳤다, 사이비 아니냐, 한국이나 미국이나 기독교는 다 저런다,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한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매우 극단적인, 좋게 말하면 순전한 신앙심과 젊은이들의 사랑이 충돌하는 이야기이다. 불교집안과 기독교 집안의 남녀가 만나는 이야기라면 몰라도, 어차피 기독교권 문화에서 대체 사랑과 종교가 왜 충돌하냐, 라고 보면 이 소설은 답이 안나오는 이야기이다. 알리사의 편지와 일기를 통해 드러나는 그녀의 내적 갈등을, 나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한다. 그렇기에 알리사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알리사 같은 여자를 만난 제롬은 가엾기까지 하다. 이 괜찮은 친구가 어쩌다 이렇게 철저한 신앙으로 무장한 여자를 만나 영문도 모르고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는가 안쓰러울 지경인 것이다. 보통은 글귀가 좋아서 기억해두고 싶은 구절을 아래 [책속으로]에 인용해 놓곤 한다. 하지만 이 <좁은 문>의 경우에는 글귀가 좋은 것도 있지만, 이 책의 주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종교적인 신념에 관련된 문장들도 기록해 놓는다. [책속으로]“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찾는 자가 적음이라.”내가 그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죽음이라면 우리를 갈라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말을 이었다.“아니, 내 말은…….”“반대로 말이야. 나는 죽음으로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살아 있는 동안 분리돼 있던 걸 가깝게 해 주는 거지.” 이제 나는 모든 현실적인 위로와 은혜, 완벽한 은총이 시작되는 주님께로 내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을 하나님께 바치기로 했다. 알리사도 나처럼 하나님 곁으로 피신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 역시 기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내 기도에 용기와 열정을 불어넣었다.가끔씩 나도 모르게 너를 찾곤 해. 책을 읽다 말고 불현듯 고개를 돌리곤 하지. 네가 거기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나는 어디서 이 열망을 견디는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 아벨의 충고와 일순간 이런 기쁨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두려움, 마음이 이끄는 것에 저항하려는 나의 천성적인 강경함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지금 생각하면 당시의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어색하게 꾸민 그 외양 뒤에 여전히 뛰고 있던 사랑의 감정을 감지하지 못한 채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 연인을 원망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롬, 난들 어쩌겠어?”그녀가 즉시 대답했다.“넌 지금 유령과 사랑에 빠져 있는걸.”“아니야. 절대 유령이 아니라고, 알리사.”“상상이 지어 낸 형상일 뿐인데도?”“맙소사! 난 그런 인물을 만들어 낸 적 없어. 그녀는 내 친구이고 난 그녀를 기억해. 알리사, 알리사!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바로 너라고. 대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넌 무엇으로 변한 거니?”그녀는 얼마 동안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이고 꽃잎만 천천히 뜯고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제롬, 왜 그냥 예전만큼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하지 않는 거야?”“사실이 아니니까! 사실이 아니라고!”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지금보다 더 너를 사랑한 적은 없으니까.”“지금도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넌 이전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잖아!”나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녀를 끌어올려 내가 아끼는 온갖 것으로 치장하여 우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나의 그러한 수고로움과 애씀으로 남은 것은 무엇이지? …… 나 자신을 놓은 순간 알리사는 원래의 자기 자리였던 보잘것없는 존재로 돌아왔고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돌아본 순간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원하지 않게 되었다. 아! 나 혼자 애쓰며 그녀를 끌어올렸던 자리에서 그녀와 재회하려던 엄청난 노력은 얼마나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것이었던가! 우리가 조금만 덜 교만했더라도 우리의 사랑이 이토록 힘들지 않았을 텐데…….아니야, 제롬. 아니야. 우리가 덕행에 힘을 쏟는 것은 미래에 보상받기 위해서가 아니야. 우리가 사랑을 쫓는 것 또한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야. 고통받는 만큼 보상받는다는 생각은 선하게 태어난 영혼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이야. 덕행은 선한 영혼을 위한 장식물이 아니고 그 영혼의 아름다운 형상 그 자체야.주님, 말씀해 주옵소서! 어떤 영혼이 주님께 더 어울릴 수 있을지요? 그는 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런 그가 저 때문에 멈춰서 있는데 제가 그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장엄하다 할 수 있는 그 어떤 모든 것도 행복에 안주할 때 얼마나 보잘것없어지는지요!아! 지금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나님과 제롬 사이에 나 외에는 그 어떤 다른 장애물도 없음을. 어쩌면 그가 말한 대로 나에 대한 사랑이 처음에는 그를 하나님께로 인도해 주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방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나에게 멈추어 있고 하나님보다 나를 더 사랑하며 그가 미덕을 행하는 데 있어서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붙드는 우상이 되고 말았다. 주께서 저희에게 가르쳐 주신 길은 좁은 길입니다. 너무 좁아서 둘이 나란히 걸을 수도 없습니다.
▶ 내용 소개

빛나는 작품★영원한 감동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42권
도서출판 더클래식에서는 일찍이 고전의 가치를 깨닫고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하는 작품들을 선별해 출간해 왔다.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은 고전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시대를 뛰어 넘어 사랑받는 작품들을 모았다. 고전의 가치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지만 읽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그 의미는 새로워질 수 있다.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은 단순히 외국어를 옮기는 번역이 아니라, 본래의 원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우리말과 글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번역에 중점을 두었다. 더불어 직접 영문을 읽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영문판’도 함께 제작하여 증정한다. 이미 읽었더라도 다시 한 번 읽을 가치가 있는, 전 세계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 불멸의 걸작을 선별해 출간하는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42권으로 좁은 문 이 출간되었다.

출간과 동시에 논란의 중심이 된 좁은 문
종교적 금욕주의를 비판한 걸작!
앙드레 지드의 작품 세계를 파악하는 데는 청교도적인 규범 속에서 금욕적이고 신앙의 원칙에 충실하게 자란 그의 종교적·가정적 배경과 사촌 간의 결혼이 가능했던 당시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작가는 금욕을 통해 영혼의 결합과 신을 향해 나아가는 길, 즉 ‘좁은 문’ 앞에 두 주인공을 서게 만들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을 보여 주면서 이원론적 기독교 세계관을 비판하고 있다.
노련한 이야기꾼인 작가는 곳곳에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는 금욕주의의 정당함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며 추론하게 만든다. 완전한 사랑을 향해 나아가려고 애쓰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작가가 설정해 놓은 미로 속에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 줄거리
어느 날, 외삼촌 집에 간 제롬은 그곳에서 사촌 누나인 알리사를 만난다. 한편, 제롬의 외숙모가 바람이 나 가출하자, 제롬은 홀로 남은 알리사를 지켜 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롬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이를 실천하며 알리사를 사랑하게 되는데…….


좁은 문 7

작품 해설 _종교적 신념과 평범한 삶 사이에서 고뇌하는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 좁은 문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