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교고쿠 나쓰히코 <죽지 그래> 살다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다. 이성문제일 수도 있고 가족문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직장 생활이거나 건강 또는 돈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살다보면 쓰러질 때도 있고 엎어질 때도 있으니까. 아무튼 이런 고충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을 것이다. 그 상대가 친구나 애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사연을 진지하게 늘어놓았는데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 “그럼 죽지 그래” 죽는 일이 쉽건 어렵건 상관없이, 죽음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로부터 도피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도피건 해결이건 간에, 타인에게서 죽으라는 말을 들으면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내가 왜 죽으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데? 한 여성의 죽음을 추적하는 젊은이 <죽지 그래>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2010년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겐야’라는 젊은이는 만나서 대화하는 사람마다 ‘죽지 그래’라고 말을 하고 다닌다. 주인공은 ‘아사미’라는 젊은 여성의 죽음을 조사하러 돌아다닌다. 아사미는 혼자 살며 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이상한 정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아사미가 어떻게 사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떤 여성이었는지 알고 싶어서 나름대로의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사립탐정이나 형사는 아니다. 겐야는 스스로를 가리켜서 ‘고졸에 직업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은 찌질이’라고 표현한다. 그 찌질이가 한 죽음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아사미의 직장 동료부터 시작해서 한때 연인이었던 조폭,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까지. 주인공을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하소연을 하는 분위기로 바뀐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그런데도 왜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게 생활을 해야하는지 등. 주인공은 그 이야기를 듣다가 “그럼 죽지 그래”라고 한 마디를 툭 던진다. 한 사람의 죽음을 조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죽으라는 말까지 하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많다. 아사미 죽음의 진상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연들 <죽지 그래>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작품치고는 좀 의외인 점이 있다. 그 동안 작가는 일본의 전설과 괴담을 뒤섞는 작풍(作風)으로 유명했다. <우부메의 여름>, <광골의 꿈>, <망량의 상자>, <철서의 우리> 등이 그런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왠지 제목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반면에 <죽지 그래>는 그런 괴담의 요소를 제거하고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작품은 시리즈라고 하더라도 한 작품마다 독립된 것이라고. 구조상의 특성을 포함해서 한 작품마다 할 수 있는한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그렇게 본다면 <죽지 그래>는 작가의 의도대로 바꾸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상한 죽음과 그것을 파헤치는 역시 이상한 찌질한 젊은이. 이 주인공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계속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죽지 그래’라고 툭 던지는 한 마디도 듣고 싶고.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의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 신작 미스터리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도 돈 벌어다 주는 기계로 전락한 중년 가장, 능력도 자격도 갖췄지만 변변한 직업조차 갖지 못한 노처녀,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먹 쓰고 협박하는 일밖에 없어 범죄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야쿠자, 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규수에서 미혼모로, 이혼녀로, 결국은 빚 대신 딸을 잡히는 지경으로 전락한 중년 여자, 법과 질서를 수호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려다 사회의 비난 속에 비틀린 가치를 갖게 된 형사와 변호사까지, 「죽지그래」에 차례로 등장해서 저마다 신세한탄을 늘어놓는 인물들은 사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내 이웃의 모습이자 곧 나 자신의 모습이다. 작가는 불평불만, 이유도 핑계도 많은 그들의 면전에 단도직입으로 퇴장 카드를 들어 보인다.
그럼 죽지그래.
……죽으라고?
죽지그래 는 소설 구성의 삼요소라는 인물, 사건, 배경에서 두 요소를 거의 쓰지 않고도 인물, 특히 대화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다큐멘터리의 외형이면서 사실은 화제의 인물이 아닌, 화자로 등장하는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독특한 구조로 짜여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형식과 시점의 변화 등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함으로써 절묘한 한 편의 미스터리를 완성해 낸 작가의 재능에 독자는 절로 탄성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첫 번째 사람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
네 번째 사람
다섯 번째 사람
여섯 번째 사람
교고쿠 나쓰히코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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